초대의 글

제8회 부산여성영화제에 놀러 오세요. 그저 가볍게 걸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슬로건은 “‘페미’가 뭔 줄 알고?”로 정했습니다. 어떤 여성의 짧은 머리만 보고도 ‘페미’ 아니냐 딴지를 걸고, 그에 질세라 머리 길이만으로 ‘페미’로 단정하는 건 곤란하다고 항변합니다. ‘페미’라는 이름표는 거부해야 할, 연루되면 안 되는 어떤 불온한 것이 되어버렸습니까? 

 오히려 이렇게 질문하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페미’가 아니란 말입니까? 성별을 빌미로 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나, 일상의 미묘하고도 부당한 모든 지배에 저항하는 나는 과연 ‘페미’가 아닙니까? 성전환 후 강제로 전역한 그녀가 스스로 세상을 버렸을 때, N번방 사건의 피해자가 대부분 미성년자라는 참담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용감해야 할 군이 성폭력 피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을 때, 이 비겁하고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왜 ‘페미’가 아닙니까? 

 올가을 부산여성영화제에 오셔서 과연 ‘페미’는 누구인지, 각자의 상상과 기대를 들려주시길 기다립니다. 

2021년 11월
부산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정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