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글

감개무량하게도 아홉 번째 부산여성영화제를 어김없이 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예술가, 관객, 활동가, 그리고 후원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10여 년을 넘겨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했던 모두의 힘이 모인 덕분입니다. 

올해의 구호는 “단 하나의 길, 에코”로 정했습니다. 11월이 이렇게 따듯하다니 크리스마스가 8월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우리의 지구, 그리고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 앞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멸종의 순환이라는 가장 오래된 숙명이 도래할 때를 어리석은 호모 사피엔스가 더욱 앞당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이 위기 속에서 여성과 어린이는 가장 취약한 상황에 내몰립니다. 가뭄과 더위, 산불과 거대해진 태풍, 그리고 미세먼지와 공기오염 속에서 어린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고 여성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생존을 위한 단 하나의 길이 절실합니다. 언급하기조차 고통스러운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를 함께 겪으며 우리는 역시 안전한 공간, 특히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가 희생자 모두의 명복을 빕니다. 

제9회 부산여성영화제와 함께 해 주십시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11월
부산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정화 드림